가뭄 해갈 /김신오 가뭄 해갈 /김신오 여름이 문턱을 넘는데 머리 정수리부터 시원스레 비가 쏟아진다. 몇 달 동안 마른기침을 하느라고 진땀을 흘리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굴빛이 누렇게 변했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살고 싶었던 잡초들처럼 가뭄에 빗줄기 한바탕 내려주면 그게 고마운 것이다. 김신오 신작 시 2015.07.07
완전한 꽃 /김신오 완전한 꽃 /김신오 씨앗하나 떨어졌더니 예쁜 꽃들이 아침마다 피고 집니다. 탐욕이 보이지 않습니다. 교만이 보이지 않습니다. 불평을 보이지 않습니다. 겨우 한 두 시간 피었다가 사라지는 나팔꽃입니다. 허술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봐도 완전한 꽃입니다. 완벽한 자태로 피었습니다. 김신오 신작 시 2015.07.07
고질병 /김신오 고질병 /김신오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물려준 해소기침 소리가 수십 년을 따라 다닌다. 피래미 같은 아들하나 남겨놓고 일찍 영감이 갔다고 욕하시더니 그 아들이 해소가 들어서 허구한 날 짖는데 아들은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데 옆에서 보는 여자도 한 평생 고.. 김신오 신작 시 2015.07.06
살구꽃 피는 집 /김신오 살구꽃 피는 집 /김신오 수 십 구루 살구꽃이 한바탕 웃고 떠드는 넓은 정원에 잡종 개들이 우르르 뛰어다니며 배설물을 갈겨도 혼나지 않는 그런 집. 주인만 보면 길길이 뛰고 조금만 움직여도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먹을 것이 지천이라 배고프지 않는 개들의 천국이던 그런 집. 삼천 평 .. 김신오 신작 시 2015.07.06
지금은 넘어져도 괜찮다 /김신오 지금은 넘어져도 괜찮다 /김신오 한발 두발 첫발을 딛는 아가를 본다. 너처럼 그런 날이 내게도 있었단다. 나도 너처럼 걷고 너처럼 기대는 부모가 있어 넘어져도 두려운 줄 몰랐단다. 네가 걸어가던 길은 꽃길인지 진흙탕 길인지 아무도 모른단다. 신기하고 기특하고 마냥 신통방통하기.. 김신오 신작 시 2015.06.19
한강 /김신오 한강 /김신오 서울 여름은 한강물이 최고였는데 똥물이란 소문이 나고부터 고기도 잡지 않고 사람들은 수영을 하지 않았지 한여름 홍수가 지고 검붉은 강물이 밀려 내려가면 더러운 도시를 씻어낸 물이 재래식 화장실 같았지 환경정화 운동 수십 년 생태보존 하자고 계몽을 해서 겨우 살.. 김신오 신작 시 2015.06.17
전화 조심 /김신오 전화 조심 /김신오 나이 들면 전화기를 조심해야 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전화기는 들지 말아야 한다. 안부를 묻는 것은 성가신 일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잘 먹고 잘들 살고 있으니 말이다. 궁금해 하지 말아야 한다. 전화든 사람이든 서로 신경을 쓰게 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 김신오 신작 시 2015.06.17
위로에 대하여 /김신오 위로에 대하여 /김신오 올해는 더 많은 땅을 빌려서 농사에 덤볐는데 밭에 심어 둔 모종들이 가뭄에 말라서 죽어간다는 거야. 첫 새벽에 일어나 밭으로 논으로 개처럼 돌다 와서 밥 한술 뜨는데 속이 상 하다는 거야. 맘먹고 농사 좀 해볼라하면 하늘이 안도와 준다고 맘먹고 여러 가지 작.. 김신오 신작 시 2015.06.17
떠나는 연습 /김신오 떠나는 연습 /김신오 남들은 관심 밖의 일이지만 내 몸이 점점 삭아지는 것은 세상을 떠나기 위한 준비다. 날개를 달고 날아보지 않았어도 세상은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곳 이곳을 벗어나면 다시 올수 없는 완벽한 낙원이다. 미워하고 아파하고 원망하고 그렇게 못견뎌하다가 먼지처..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
서로 바라보기 /김신오 서로 바라보기 /김신오 치매 드신 엄마를 본다. 내가 저 몸에서 나와 엄마를 보고 있다. 나를 만든 엄마는 혈기가 잦아들고 초라한 모습으로 딸의 얼굴을 살피신다. 딸로 세상에 오시고 어머니로 세상에 사시더니 이젠 자식들도 백발 되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