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저것들이 사는 법 /김신오 저것들이 사는 법 /김신오 언제부터 나팔꽃 여린 꽃줄기에 진딧물이 다닥다닥 붙어서 꽃이 피기만 기다리고 있다. 손으로 비벼 털다가 그냥 둔다. 그래 먹고 살겠다는 저것들 긴 행렬이 장관이다. 이른 아침 곱게 핀 꽃송이에 붙어 달콤하고 신선한 진액을 힘껏 빨아 당긴다. 꽃은 애처롭..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망각의 시간 /김신오 망각의 시간 /김신오 아버지가 외출을 하셨다. 놀이터도 지나고 아파트도 지나고 자동차도 따라가고 강물도 따라 가셨는데 강북에도 집이 없고 강남에도 집이 없어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떨고 계셨다. 일주일 동안 어디를 헤매셨을까 주머니에 가진 돈 몇 푼도 그대로인데 입고 나간 옷 ..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산행 /김신오 산행 /김신오 꿈길에서도 산을 오릅니다. 진달래 곱게 핀 능선을 따라 옷자락 휘날리며 촉촉한 땀방울을 닦으며 사방이 곱게 물든 산을 오릅니다. 바람이 불어도 좋고 실비가 내려도 좋고 두발로 뚜벅 뚜벅 가볍게 산에 올라가 산울림을 외칩니다. 오늘 올라가면 다시는 못 내려올지도 모..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아카시아 /김신오 아카시아 /김신오 평소 가시 박힌 말로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고 언제나 본색을 감추더니 그 곁을 지나는 내내 발을 멈추게 한다. 원하면 무엇이든지 줄 것 같은 그대 속마음을 알 것 같다. 주렁주렁 달린 하얀 꽃송이 따 주던 달콤한 그대 향기 입안에 녹아내린다.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촌 아이 /김신오 촌 아이 /김신오 풍경이 있는 어디쯤 봄바람 일렁이는 곳에서 나물을 캐는 아이. 시험걱정도 없고 엄마 잔소리도 없고 티브이 소리도 잊어버리고 밭두렁 한 쪽에서 촌아이가 된다. 들에 엎드린 아이는 금새 싱그러운 바람이 되고 파릇한 씀바귀가 된다. 한 폭의 풍경화가 연두 빛으로 채..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아이가 매달리니 /김신오 아이가 매달리니 /김신오 아이가 매달리니 미소가 나온다. 아이가 가슴을 파고들어 안기니 따뜻한 온기가 좋다. 아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안아 주겠는가 나를 거스르지 않고 순수하게 안겨오는 저 작은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은 팔의 힘. 늙은 목을 껴안고 뽀뽀까지 진하게 날린다. 온 몸이..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다시 봄을 찾다 /김신오 다시 봄을 찾다 /김신오 들에 냉이 꽃 하얗게 피고 지고 꽃다지 노랗게 피고 지고 얼마 전 아이들과 뜯던 쑥이랑 씀바귀가 파랗게 올라와 다시금 봄이 널려있다. 쓰디쓴 씀바귀를 캐어 부부가 나란히 다듬고 있는데 딸이 궁금증을 가지고 시간에 끼어들어 거든다. 임금님 수라상에 비하랴..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오월 /김신오 오월 /김신오 우리 동네 뒷산으로 오십시오. 펑펑 봉오리 터지는 소리 연발탄으로 들리지요. 벌 나비 보다 먼저 오십시오. 진한 향기를 담으려면 향수병도 준비하십시오. 머리에 화관을 씌워 드립니다. 오월의 신부가 되십시오. 어쩌면 초대하지 않은 비바람이 올지도 모릅니다.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겉으로만 산다. /김신오 겉으로만 산다. /김신오 알고 싶지 않은 알아도 아는 척 하기 싫은 아예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다행이다. 알면 어쩔 건지 아는 것도 싫어해서 아는 척도 않는 것이 도리어 조용하다. 서로를 감추고 있고 서로에게 위선을 떤다. 아닌 척 모르는 척 겉으로만 산다. 나날이 텅텅 비어가는 ..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
[스크랩] 꽃 /김신오 꽃 /김신오 아이가 걸어간다. 손을 비틀고 머리도 흔들고 다리도 비척거리며 쉬지 않고 걸어간다. 눈도 코도 입도 손도 다리도 다 제자리인데 저마다 춤을 추고 있다. 아이가 우우우 소리를 쫓아간다. 아이가 허우적거리며 나비를 쫓아간다. 땀을 뻘뻘 흘리며 넘어지다가 일어서다가 날갯.. 동인 [회전그네 사화집 1~7] 201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