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김신오 이명 /김신오 내 귀속에서 삐 경적이 울린다. 소리가 감각을 잃고 귀뚜라미와 살고 있는 한 시인이 문득 지나간다. 아무리 웃고 있어도 귀뚜라미가 먼저 소리를 내니 편하게 웃을 수가 없다는데 그리고 왜 장난을 치는지 어찌해야 밖으로 나오게 하는지 도저히 해결 방법을 모른다. 세상..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
민들레 /김신오 민들레 /김신오 보도블록 틈사이나 축대 밑에나 길 가장자리나 쫒아내지 않으면 내 집이다. 살아야 했으니까 목이 마르고 먼지를 마셔도 세상 어디든 내 머무는 곳이면 족하다 작아서 더 단단하게 보잘 것 없어서 더 강인하게 흔하게 많아도 유행도 없는 작은 희망의 꽃이여.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
영혼달래기 /김신오 영혼달래기 /김신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음이다. 너와 나는 서로 무게를 달기만 하고 서로 깊이는 재보지 않았음이다. 길이가 서로 다르다고 한숨만 쉬더니 서로 쪽박을 깨뜨리는 구나. 황혼까지 보려면 그림자 되어 걸어 다녀야지 그래야 하지 않을까 ..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
비 /김신오 비 /김신오 먹구름 아래로 비가 내린다. 낮 시간인데 밤이 내려앉는다. 늙으신 어머님의 미래 같은 구름은 눈을 어둡게 하고 옷 속으로 냉기를 밀어넣는다. 어머니는 긴 여행에 닳고 닳은 신발이 벗겨진다. 여비도 없이 한 벌 옷으로 등에 진 과거를 깡그리 내려놓고 차가운 빗속을 울면서..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
느티나무와 도장나무 /김신오 느티나무와 도장나무 /김신오 아파트 안에 느티나무는 해마다 풍성하게 자라나서 숲 그늘이 되었지 그 밑에는 도장나무가 사는데 어느 날 뭇 사내들이 느티나무 가지를 마구 잘라 내는 거야. 드디어 길이 보이고 햇살이 들어오는 거야 위를 쳐다보니 처참하게 잘려나간 뭉수리 나무가 불..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
나이 몇이요? /김신오 나이 몇이요? /김신오 나이 드는 걸 모르고 살다가 댁은 나이 몇이요? 묻는데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나이 생각 잊고 살다가 댁의 아들은 나이 몇이요? 묻는데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나이랑 상관없이 먹고 사는데 신경쓰다보니 내 나이도 잊어 버렸더라구요. 내 나이도 모르고 자식 나이도 .. 김신오 신작 시 2015.06.09
[스크랩] 화장을 모르는 여자 /김신오 화장을 모르는 여자 /김신오 나는 꾸미지 않는다. 나의 외모를 보면 용기가 나지 않는다. 화장을 할 줄 모르는 여자 그래도 웃을 줄 아는 여자 멋진 옷을 입을 줄 모르는 여자 그래도 편하게 사는 여자 화장 끼가 없는 여자 거울도 안보고 로션을 바르는 여자 누가 보아 주지도 않지만 판단.. 김신오 신작 시 2015.01.27
[스크랩] 여행 /김신오 여행 / 김신오 부담 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넓고 넓은 세상을 맘껏 돌아다니다 좋은 곳을 만나면 아주 고향을 삼아도 좋을 먼 여행을 하고 싶다. 높은 산도 넘어 보고 넓은 평원도 걸어보고 푸른 강도 건너보면서 그 곳이 맘에 들면 한 달 두 달 쉬어가고 싶다. 아주 그 곳에 눌러앉아 시.. 김신오 신작 시 201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