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오 신작 시

살구꽃 피는 집 /김신오

난지.. 2015. 7. 6. 10:50

 

 

 

 

  • 살구꽃 피는 집 /김신오

     

    수 십 구루 살구꽃이 한바탕

    웃고 떠드는 넓은 정원에

    잡종 개들이 우르르 뛰어다니며

    배설물을 갈겨도 혼나지 않는 그런 집.

     

    주인만 보면 길길이 뛰고

    조금만 움직여도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먹을 것이 지천이라 배고프지 않는

    개들의 천국이던 그런 집.

     

    삼천 평 남짓 너른 정원에

    목줄이 없는 보디가드가 수 십 마리

    도저히 접근하기 힘든 살구 집

    그 집에 살구가 익어 가면

    노란 길이 멍석처럼 생겨났다.

     

    큰 대문 안 살구는

    줍지도 않고 따지도 않고

    그렇게 바라보며 즐기고 사는

    풍경이 한가한 그런 집.

     

     

'김신오 신작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전한 꽃 /김신오   (0) 2015.07.07
고질병 /김신오  (0) 2015.07.06
지금은 넘어져도 괜찮다 /김신오   (0) 2015.06.19
한강 /김신오  (0) 2015.06.17
전화 조심 /김신오  (0) 2015.06.17